고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 인구는 2020년에 77억 명이었는데, 이 중 6.5%가 65세 이상이었다. 2050년에는 97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16%가 65세 이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경제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주식 시장에 대한 영향은 어떨까?

인구학자들은 고령화가 경제와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고령화가 경제 성장률을 늦추고, 가계의 저축과 소비를 줄이고, 은퇴자들이 위험 회피적인 자산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주식 수요와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켄 피셔는 고령화가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령화가 노년층의 소비와 활동을 증가시켜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주식 시장이 잘 적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피셔의 주장은 얼마나 타당한가? 고령화와 주식 시장의 관계는 국가별로 어떻게 다른가?

고령화 = 주식 시장의 친구이다

피셔는 고령화가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년층의 은퇴가 늦어지면서 그들의 수입과 지출이 늘어났다. 이것이 시장의 성장을 지탱하고 있다. 둘째, 노년층은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저령화 국가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주식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셋째,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데, 주식 시장이 적응하기에 시간이 충분하다.

그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경우 1984년에는 75세 이상 미국인의 소비는 25~34세 소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 들어서는 그 비율이 80%까지 올라왔다. 일례로 80세 나이의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는 올해 5월에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부머 세대들이 이 티켓을 사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미국인은 전체 주식의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2010년대 초반에는 30%였다. 또한 중국과 같은 저령화 국가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미국 주식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2020년에 중국의 해외 주식 투자는 2,5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60%가 미국 주식이었다. 셋째,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주식 시장이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과정이다. 피셔는 과거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 고령화가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태어나면서 인구가 급증했지만, 주식 시장은 크게 상승했다. 반대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인구가 감소했지만, 주식 시장은 크게 하락했다.

고령화 = 주식 시장의 적이다

피셔의 주장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그들은 고령화가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령화가 경제 성장률을 늦춘다. 이것이 주식 수익률을 낮춘다. 둘째, 고령화가 가계의 저축과 소비를 줄인다. 이것이 주식 수요와 가격을 낮춘다. 셋째, 고령화가 은퇴자들이 위험 회피적인 자산으로 전환하게 한다. 이것이 주식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다.

그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령화가 경제 성장률을 늦추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평균 경제 성장률은 2.8%였는데, 이 중 고령화가 심한 일본과 유럽은 1.1%와 1.7%로 낮았다. 반대로 저령화가 심한 아프리카와 인도는 4.1%와 6.8%로 높았다.

둘째, 고령화가 가계의 저축과 소비를 줄이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고령자들은 은퇴 후에 수입이 줄어들고, 의료비와 생활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절약하게 된다. 셋째, 고령화가 은퇴자들이 위험 회피적인 자산으로 전환하게 하는 것은 실증적으로 관찰된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미국인은 전체 주식의 40%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식 비중은 은퇴 전보다 낮아졌다. 2019년에 65세 이상 미국인의 평균 주식 비중은 55%였는데, 이는 2010년에는 60%였던 것에 비해 감소한 수치이다. 또한 은퇴자들은 주식 외에도 채권, 현금, 부동산 등의 다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고령화와 주식 시장의 관계는 달라진다

고령화의 정도와 속도, 금융 시장의 개방화와 발전도, 퇴직 연금제도와 상속세제도 등에 따라 고령화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의 경우를 비교 분석해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주식 시장의 활성화가 어려워진 국가이다. 최근에 들어서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지만 한동안 일본의 증시는 처참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2020년에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8.4%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러한 고령화는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늦추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1.1%로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한 고령화는 일본의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주식 시장은 1989년에 니케이 225 지수가 3만 8919점에 달했을 때 최고점을 찍었으나, 이후로는 크게 상승하지 못했다. 2020년에는 2만 3천 5백 7점에 머물렀다. 이는 고령자들이 주식을 매도하고 채권이나 현금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일본의 가계의 주식 보유 비중은 8.6%였는데, 이는 미국의 34.6%나 한국의 21.4%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이다. 또한 일본의 퇴직 연금제도는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이 모두 주식 투자에 소극적이다. 공적 연금의 주식 비중은 25%로 한계가 정해져 있고, 사적 연금의 주식 비중은 15%로 낮다. 더군다나 일본의 상속세제도는 주식을 상속받은 자녀들이 주식을 매도하도록 유도한다. 일본의 상속세율은 최고 5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일본의 주식 시장의 활성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령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고령자들의 주식 투자 의욕이 높고,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과 기업의 실적 개선이 주식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가 늦게 시작되고 있는 국가이다. 2020년에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7%로 세계 평균 수준이었다. 이러한 고령화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3.1%로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또한 고령화는 한국의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주식 시장은 2020년에 코스피 지수가 2천 873점에 달하여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고령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고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 한국의 가계의 주식 보유 비중은 21.4%로 일본의 8.6%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한국의 퇴직 연금제도는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이 모두 주식 투자에 적극적이다. 공적 연금의 주식 비중은 35%로 한계가 정해져 있고, 사적 연금의 주식 비중은 30%로 높다. 더군다나 한국의 상속세제도는 주식을 상속받은 자녀들이 주식을 보유하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일본보다 낮으며, 주식을 상속받은 자녀들은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 있다.

결론

고령화는 주식 시장에 진짜 위협이 되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다. 고령화의 정도와 속도, 금융 시장의 개방화와 발전도, 퇴직 연금제도와 상속세제도 등에 따라 고령화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와 주식 시장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국가별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피셔의 주장은 시장 낙관론적인 관점에서 유용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고령화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고령화는 주식 시장의 친구일 수도 있고, 적일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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